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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새
 2011-06-03 21:39:38 ȸ  1537
      백도, 39개의 바위섬으로 이뤄진 최남단 무인도
 

백도, 39개의 바위섬으로 이뤄진 최남단 무인도     

 

글·사진: 박상건(시인. 계간 섬 발행인)     

 

외롭고 고독한 날은 백도로 떠나자. 망망대해에 고독으로 키를 키운 섬 백도는 남해 최남단 무인도다. 여수항에서 거문도까지가 114.7㎞. 다시 거문도에서 동쪽으로 28㎞ 떨어진 해상에 무심하게 떠 있는 섬이다. 지도를 펼쳐 놓고 보면 남쪽 해상으로는 더 이상 섬이 없다. 말 그대로 망망대해. 지도상으로 서쪽 일직선상으로 손가락을 쭉 그어 가다보면 횡간도가 하나 걸쳐 있을 뿐이다.


백도는 39개의 바위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백도와 하백도로 구분한다. 하백도는 그만한 작은 섬으로 해상의 조각공원을 방불케 한다.


ysi1_1307104835097953500.jpg거문도를 출발해 파도를 헤치며 뱃길로 2시간 남짓 달렸을까.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에 희끗희끗 물보라 치는 조그만 영상의 흔들림이 있었으니 그것이 백도였다. 바로 앞에 있는 듯하면서도 한참을 더 통통 대고 나서야 당도했던 섬. 인간의 시야는 그만큼 한계가 있어 망망대해에서는 착시현상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꿈의 왕국에 대궐 문을 열고 들어선 듯 웅장하면서도 신비로운 섬 안으로 들어섰다.


청정해역이다 보니 바닷물 색깔이 푸른 게 아니라 아주 검푸른 것이었다. 바위섬은 직각으로 깎아질러 이슬 한 방울 떨어져도 바로 바다로 굴러갈 정도였다. 말 그대로 변화무쌍한 기암괴석이 바다와 허공을 동시에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렇게 신비로운 섬, 백도는 망망대해에 깊은 고독으로 물결치면서 자기의 생을 키워가고 있었다.

 

파도와 바람이 키운 바위섬

그렇게 백도는 고독이 키운 섬이다. 고독의 뿌리를 키운 것은 파도소리와 갯바람이었을 게다. 파도와 바람은 늘 그렇게 백도가 맞고 보내는 시간을 깨우쳤을 터이다. 그 깨달음으로 검푸른 바다에서 맑고 하얀 모습으로 성장했을 백도. 그렇게 창공으로 솟아난 섬 끝자락의 이마마다에 푸른 식물들이 시나브로 나부꼈다. 야생화 꽃망울이 바람에 물보라 치는 모습이 희끗거렸다. 설레임과 신비의 흔들림이었다. 섬은 온통 바위이련만 그 위에 푸른 식물들을 키울 수 있다니. 백도의 저력만큼이나 인고의 세월을 뚫고 바람에 당당히 나부끼던 식물들의 위대함. 이 생명력의 환희로 오늘도 백도는 하얗게 자신을 비운 자리에 파도를 보듬고, 다시 쓸어내리고 있었다.


세상에나… 흙 한줌 없는 바위틈에서 원추리, 나리, 찔레, 동백나무, 후박나무, 곰솔 등 아열대식물과 어우러진 350여종의 식물들. 대단한 생명력이 아닌가. 배를 타고 이 섬에 당도하기 전 멀리서 바라보았을 때 백도는 조그만 바윗돌에 풍란이나 바위꽃을 심어 놓은 어느 정원의 아름다운 분재 전시장처럼 보였다. 끈질긴 삶의 애착과 자기와의 투쟁으로 그렇게 빚어진 섬이었다.

아름다움은 그저 오는 것이 아니리라. 스스로 일구고 비바람으로 견디며 피어낸 결실의 자태다. 어쩜 백도는 백의민족의 끈질긴 혈맥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섬 절벽 곳곳에 일본인이 박은 쇠말뚝 흔적이 보였고 우리 손으로 뽑아낸 후 비바람에 씻겨 내린 녹물의 흔적이 절벽 곳곳에 배여 있었다.


그 바위틈에서 천연기념물 흑비둘기를 비롯하여 가마우지, 휘파람새, 팔색조 등 30여종의 희귀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새들은 바위 구멍마다에 집을 짓고 알을 낳는다. 그렇게 백도에 의지하여 비바람을 그으면서 산다. 새들의 먹이와 배설물은 식물의 밑거름이 되어준다. 무엇 하나 버릴 것 없고, 내가 버린 것이 남의 삶의 근거가 되고 있다는 사실 앞에서 자연의 위대한 조화를 발견한다. 우리 삶도 이렇게 서로 어깨 걸고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렇다. 행복이란, 두 사람이 서로 한마음으로 집을 짓는 것이다.


백도 아랫도리에는 연평균 수온 섭씨 16.3도로 큰붉은산호, 꽃산호, 해면 등 170여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한다. 물은 투명유리처럼 맑아 이런 해양식물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신비로운 백도에선 마치 지리산 깊은 산골에 들어가 도 닦거나 전통 무예를 수련하는 도장에 들어설 때 인간세계와 전혀 다른 풍경에서 오는 전율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침묵의 바다에 삶의 지혜로 파도치고 희망의 등대가 되다

그만큼 망망대해에 웅장하고 기묘하게 서 있는 섬이 백도다. 실제로 거문도 어부들에 따르면 해상 기상이 좋지 않을 경우 사람들의 작은 소리까지도 크게 들려올 정도로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낸단다. 작은 돌멩이 하나 굴러 떨어져도 큰 울림이 전해질 정도로 신기루에 휩싸인 섬이라는 것. 그런 느낌을 받을 때 어부들은 서둘러 귀항하곤 하는데 포구에 도착하고 나면 영락없이 백도 주변에 풍랑이 거세게 몰아쳤다는 것이다. 그만큼 영험한 섬이 백도다.


정부는 79년부터 이 섬 반경 200m 해역을 사적 및 명승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백도에는 오를 수 없다. 상백도 정상에는 태양열로 불빛을 밝히는 무인 등대도 특별한 상징물로 서서 망망대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도절벽에 참 무심하게 서 있는 등불의 당당함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백도의 생각은 곳곳에서 깊고 깊어가고 있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깊을수록 말이 없는 법이다. 영국의 시인 모어는 가장 깊은 감정은 항상 침묵 속에 있다고 했다. 어쩜 백도는 그렇게 바람소리로 말하고 물결로 굽이치며 스스로 마음을 다스려온 고독 속에서 단련된 영혼의 섬일지도 모른다.


그런 백도의 뿌리는 가없는 바다의 깊이에 있다. 큰 바람 큰 물결 없이 자신의 웅비를 고독과 침묵으로 웅변하는 것이다. 백도는, 때를 얻은 침묵은 지혜이며 그것은 어떤 웅변보다 낫다는 플루타르크 영웅전의 한 구절까지 떠올려 주었다. 그만큼 신비 그 자체이며 깊은 바다에 발 담그고 살면서 삶의 지혜를 터득케 하는 은유적인 섬이었다.

 

백도에 읽힌 전설과 형형색색 바위섬의 비밀

백도라는 이름은 원래 100개의 섬이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百島(백도)'라고 썼다가 섬을 다시 헤아려보니 100개에서 하나가 모자란 99개였다는 것. 그래서 '일백백(百)' 자에서 한 획을 뺀 '흰 백(白)' 자의 백도(白島)라고 부르게 되었단다. 실제 멀리서 바라보면 온통 흰 섬이다.


매가 앉아 있는 모습을 한 매바위, 그리고 남성의 성기를 닮은 서방바위. 특히 서방바위는 자손이 없는 사람이 이 바위 앞에서 공을 들이면 자식을 낳게 해준다는 전설이 있어 실제 섬사람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이 바위가 있는 섬 앞 망망대해에 햇볕이 내리쬐면 검푸른 바다는 은색으로 바뀌고 주변의 섬은 푸른 식물과 은빛이 서로 반사하여 색색의 파노라마를 펼치며 웅장한 하모니를 연출한다.


이 바위 사이로 일출이 떠오르면 백도는 온통 붉은 색으로 변하고 일몰이 질 때는 화산 폭발 후 산악지대 영상처럼 식물과 바위들이 온통 검붉은 화석으로 연출된다. 운무가 거치면 영화 속에서 마주하던 개벽천지의 모습이나 사뿐사뿐 뛰는 승무처럼 가슴 떨리는 감동을 전해준다.


이밖에 각시바위, 형제바위, 왕관바위, 궁성바위, 바둑판 바위, 비행기 바위, 수덕사에서 마주한 꼭 그런 형상의 석불바위, 성모마리아상 바위, 피아노를 치는 여인상 등 그야말로 천태만상의 해상 조각공원을 연출하고 있다. 그렇게 거대한 조각으로 천의 얼굴을 가진 웅장하면서도 거룩한 섬, 백도.


포말을 일으키며 백도를 떠나 거문도로 돌아오던 뱃길에서 한동안 먼발치의 백도를 물끄러미 바라다보았다. 그때, 백도는 분명 신비와 고독 그리고 인고의 상징이었음을 다시 깨달았다. 선문답하며 크는 섬이 백도가 아닐까. 스스로 묻고 스스로 채찍질하는 섬. 그렇게 나날이 자신의 영혼을 헹구며 크는 섬. 그렇게 깊은 바다에 발 담고 서서 오랜 세월 돌부리를 스스로 깎고 각인해온 섬. 그런 백도 앞에서는 그저 겸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동안 백도의 삶을 생각하며 세상을 한발자국씩 일구어가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래, 그렇게 영원하라, 백도여!

 

● 백도로 가는 길

1. 서울(항공 기차 버스)→여수 여객선터미널(061-663-0116)

2. 여수→거문도(하루 2회 운행. 동절기는 1회 운행. 소요시간 2시간)

요금(일등실 2만4천550, 우등실 2만9천200원. 여객선 종류별로 요금 약간 차이 있음)

영산해운(061-663-0100)청해진해운(061-663-2824) 온바다(061.663.2191)

3. 거문도→백도(수시 운행. 거문항 여객선터미널 061-666-8215)

백도 유람선 요금(쾌속선 2만원, 일반 여객선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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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건 님은 91년 <민족과 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고, <뿌리깊은나무> <샘이깊은물> 편집부장을 지냈고, 현재 <계간 섬> 발행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서울여대 겸임교수로 있으며 신문과 방송, 잡지 등에서 섬여행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포구의 아침>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레저저널리즘>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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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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